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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일2017.11.22 작성자 no_profile noko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좋아요 0 조회수 350 댓글 0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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승무(조지훈)

 

 

 

얇은 사(紗) 하이얀 고깔은

조이 접어서 나빌레라.

 


파르라니 깎은 머리

박사(薄紗) 고깔에 감추오고,

 


두 볼에 흐르는 빛이

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.

 


빈대(臺)에 황촉(黃燭)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

오동(梧桐)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,

 


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,

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.

 


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

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,

 


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

세사(世事)에 시달려도 번뇌(煩惱)는 별빛이아.

 


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

싶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(合掌)인 양하고,

 


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(三更)인데,

얇은 사(紗)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.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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