연탄 한 장(안도현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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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일2017.12.13 작성자 노코코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좋아요 1 조회수 136 댓글 0본문
연탄 한 장(안도현)
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
삶이란
나 아닌 그 누군가에게
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것.
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
이듬해 봄까지.
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
연탄 차가 부릉부릉
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.
해야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
연탄은,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
하염없이 뜨거워 지는 것.
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 먹으면서도 몰랐네.
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
한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
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
못하였네.
생각하면
삶이란
나를 산산히 으깨는 일
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
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
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
나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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